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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독방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속 여주인공은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 담장을 넘는다. 아이돌의 사생활을 죽자 살자 쫓아다니는 ‘사생팬(私生 fan)’의 단면이다.     그런데 요즘은 스타가 팬들이 노는 곳을 기웃거리다 쫓겨나는 일도 벌어진다. 일명 ‘고독방 강퇴(강제퇴장) 사건’이다.   ‘고독방’이란 카카오톡 등 SNS에서 아이돌 덕후들이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오픈 채팅방이다. 예를 들어 오픈 채팅 검색창에 ‘고독한 안산’을 치면 양궁스타 안산 선수 팬들이 수십~수천 명 모인 고독방 여러 개를 찾을 수 있다.     ‘고독방’이란 이름은 텍스트, 즉 대화 없이 사진으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잡담 없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만 고독하게 즐기자는 의미.     때문에 일부 팬들은 간단한 질문·답 정도의 대화는 주고받을 수 있는 ‘안고독방’을 만들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진짜 스타가 고독방에서 강퇴당하는 경우다. 자신의 고독방을 찾은 스타들은 언론이나 SNS에 노출되지 않은 사진들을 올리거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팬 서비스를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맛깔스러운 연기로 호평받은 배우 구교환이나 배구선수 김희진처럼 엽기적인 사진들을 올리며 팬들에게 장난을 치는 스타들도 있다.     그러면 팬들은 스타를 채팅방에서 강퇴시킨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당연히 안 변한다. 더욱 더 지능적인 사랑을 할 뿐.     이 일화는 다음날 연예기사로 등장하면서 스타를 또 한 번 띄우게 되니 이 얼마나 지혜로운 팬덤 전략인가.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독방 양궁스타 안산 진짜 스타 배구선수 김희진

2023-10-02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길티 플레저

‘길티 플레저’는 영어 길티(guilty·죄책감이 드는)와 플레저(pleasure·즐거움)를 합성한 신조어다. 어떤 일을 할 때 죄책감·죄의식을 느끼지만, 또 동시에 엄청난 쾌락을 만끽하는 심리다.   할리우드 영화 제목으로 쓰였다면 ‘조커(사진)’같은 사이코 살인마를 떠올리겠지만, 이 신조어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죄’의 종류들은 대부분 소소하다. 친구들끼리 나누는 SNS 대화, 또는 TV 예능프로그램 자막에선 오히려 반전매력을 위한 가벼운 고해성사로 이용될 때도 잦다.     학창시절 부모님 몰래 만화방 가기, 자율학습 땡땡이치기, 수업시간 야한 잡지 보기 등을 해본 적 있다고 고백하는 건 나쁜 짓을 했다기보다 어른들이 하지 마라니까 일부러 삐딱하게 행동해서 ‘반항의 달콤함’을 즐겨봤다는 일종의 자랑이다.   악취미를 즐기거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사람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 남들이 알면 부끄럽고 민망한, 또는 스스로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상황을 즐기는 취향과 태도를 비꼬거나 자조하는 경우다. ‘막장 드라마’라 욕하면서 실은 본방송 시청이 일상이고, ‘인생 샷’을 위해 수시로 출입금지 구역을 드나들고, 클래식이 아니면 음악도 아니라면서 휴대폰 앱은 트로트로 꽉 차 있는 사람들. 다만, 이 경우도 남에게 상처를 주진 않는다.   사실 죄책감과 기쁨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에겐 디지털 ‘댓글’이 익명으로 화를 배설할 수 있는 쓰레기통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개구리에게 던지는 돌이 될 수도 있다. 신조어 사용에 좀 더 신중하길 바라는 이유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플레저 길티 플레저 신조어 사용 사실 죄책감

2023-09-25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이모카세

“오늘 뭐 먹을래?” “아무거나.” 데이트할 때 세상 모든 남자를 미치게 한다는 메뉴 ‘아무거나’. 이 어려운 걸 척척 해내는 분들이 있다. 바로 이모님들이다.   요즘 한국 외식업계에서 뜨는 신조어는 ‘이모카세’다. 노포의 여 사장님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 ‘이모’와 일본어 ‘오마카세’가 합쳐진 말이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사물의 판단·처리 등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또는 ‘(음식점 등에서) 주방장 특선, 주문할 음식을 가게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서도 일식·중식·한우식당을 비롯해 디저트 카페서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데, 일식이 아닌 경우에는 우리말 ‘맡김 차림’으로 쓰자는 목소리도 높다.   아무튼 이모카세 역시 그날의 안주를 이모에게 일임하는 맡김 차림이 특징이다. 3만~6만원을 내면 신선한 생선회부터 모둠전, 돼지고기 주물럭, 3색 나물, 홍합탕, 부추전, 해물탕, 김치볶음밥, 분홍 소시지 등 다양한 안주가 차례로 나온다.     이모 맘대로 ‘아무거나’ 내오는 중간에 손님이 달걀말이·칼국수 등 먹고 싶은 요리를 부탁하면 이 또한 만들어주는 게 이모카세의 매력이다. 식당은 소박해서 실내 포장마차를 연상시키지만 뷔페식당처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평균 1주일은 물론이고 석 달 후 예약까지 꽉 찬 곳도 있을 만큼 인기다. 물론 이 폭발적인 인기에는 이모님들의 후한 인심과 살가운 정도 한몫했을 것이다.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함께 마실 누군가가 생각난다. “이모, 안주는 아무거나요.”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이모카세 이모 마음 주방장 특선 가게 주방장

2023-09-11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즈즈즈

MZ세대의 최신 트렌드를 다루는 사이트 캐릿의 ‘트능(트렌드 능력고사)’ 테스트가 화제다. 한 해 동안 MZ세대에서 유행한 신조어와 문화 키워드를 알아맞히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재작년 총 16개의 문제가 출제됐는데 그중 6단계 문제가 “아이돌 그룹 세 팀을 묶어서 부르는 ‘즈즈즈’에 해당하지 않는 그룹은?”이었다. 보기에는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마스터즈, 더보이즈가 제시됐다. 정답은 마스터즈.   ‘즈즈즈’는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킹덤: 레전더리 워’에서 1위를 차지한 스트레이키즈를 비롯해 2위 더보이즈, 3위 에이티즈를 묶어서 부르는 팬들의 애칭이다.     경연마다 신선한 무대를 선보이며 탄탄한 실력과 개성을 보여준 이 세 팀은 올해 음원 판매 등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4세대 K팝 아이돌 시장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팬덤 문화가 일상인 MZ세대에게 아이돌 그룹 알아맞히기는 껌 씹기보다 쉽겠지만 전 세계가 열광하는 BTS 멤버 7명 이름도 못 외우는 중년 세대에게는 고난도 문제였을 터.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각기 다른 세대에게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지금의 MZ세대에게 “1980~90년대 ‘마삼트리오’라 불렸던 세 명의 남자 가수는?” “8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배우 트로이카는 누구?” 같은 문제를 낸다면 풀기 어려울 것이다.     정답을 맞히지 못해 ‘올드 보이’라 놀림 받는 게 대수인가. 중요한 것은 요즘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다. 최근 1~2년 사이 ‘트능 테스트’ ‘신조어 테스트’ 같은 온라인 콘텐트가 부쩍 늘어난 이유도 중년 세대의 이런 노력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신조어 테스트 아이돌 그룹 트렌드 능력고사

2023-09-04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농협은행’

“너 오늘 진짜 농협은행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중년세대는 ‘이게 말이가 방구가?’ 의아해하겠지만, Z세대는 금세 얼굴이 달아오를 것이다. ‘농협은행’은 ‘너무 예쁘다’는 뜻의 신조어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편의점에서 야간 업무 중인 알바생에게 한 외국인이 다가와 물었다. “너무 예쁘네요, 알아?”     알바생은 수줍은 나머지 할 말을 잃었는데,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이 진짜 하려던 말은 “농협은행이 어디에요?”였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농협은행을 ‘놈으옙흐’라고 발음했고, 그게 ‘너무 예쁘다’로 들렸다는 얘기.   믿거나 말거나, 이 황당한 ‘농협은행’ 이야기 덕분에 ‘발음’ 신조어 밈(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글·사진·영상)이 여럿 등장했다. ‘맑다 오늘’과 ‘무릉도원’이 대표적이다.   한 청년이 외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오늘 점심 뭐 먹을래?” 외국인 친구가 갑자기 하늘을 올려보더니 “맑다 오늘” 하더란다. “그러니까 오늘처럼 맑은 날, 뭐 먹으면 좋겠냐고?”     이쯤 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맥도날드? 맞다! 외국인 친구의 미국식 오리지널 발음이 ‘맑다오늘’로 들렸다는 밈이다.   그렇다면 ‘무릉도원’은? 이번엔 한국인만 등장하는 밈이다. 미용실에서 커트 후 샴푸 중인 남자손님. 미용실 직원의 두피 마사지 솜씨에 감동해 속으로 ‘시원하다’ 감탄 중인데 갑자기 직원이 물었다. “무릉도원이세요?” 화들짝 놀란 남자 손님은 어버버.     그런데 직원이 재차 물었다. “손님, 물온도 어떠냐고요?” 한때 외국인의 서툰 발음이 조롱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바, 지금 젊은 세대의 이런 긍정적인 웃음 코드가 즐겁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농협은행 외국인 친구 미용실 직원 한때 외국인

2023-08-28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카페인 중독

날씨가 좋은 날엔 고궁 일대에서 한복 입은 1020세대를 쉽게 볼 수 있다. 한복을 입으면 고궁 입장이 무료인 것도 이유지만, 색다른 ‘SNS 인증샷’을 찍기 위한 경우가 많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인터뷰할 때도 멤버 중 민지가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한복 입는 게 유행”이라고 알려줬다.   한복에 무관심했던 1020세대에서 한복 입기가 인기라니 반갑다가도 걱정이 된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전혀 다른 이유로 반짝하는 유행이라면 그 가치는 순식간에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SNS 인증샷’이 일상의 놀이가 되면서 1020세대에선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able)’ ‘있어빌리티(있다+ability)’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인증샷이 되려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정보와 이미지를 갖고 있거나, ‘있어 보이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 정도가 넘치면 강박증에 이르기도 한다. 신조어 ‘카페인 중독’이 등장한 이유다.   커피 등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간 다량 복용할 경우 심각한 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     신조어 ‘카페인 중독’의 증상도 비슷하다.     SNS ‘카페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앞자만 딴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다양한 정보도 얻고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은 ‘엿보기’의 즐거움도 만족시키지만, 타인과 나의 삶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우울증도 겪을 수 있다. 다행히 각성물질이든, 신세대 유행이든 치료법은 같다. 적당한 거리두기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카페인 중독 카페인 중독 한복 입기 고궁 입장

2023-08-21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쉽살재빙

신조어 ‘쉽살재빙’은 ‘쉽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의 줄임말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 문장은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가 2004년 발표한 ‘빙고’의 후렴구다.     “…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힘들고 고달파도 좌절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아가자는 내용의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 덕분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가 축제 등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거듭되는 요즘, 젊은 10·20대에게 노래 ‘빙고’처럼 긍정의 마인드를 북돋워주는 추억의 콘텐트로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빼놓을 수 없다. 연초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 만화 『슬램덩크』가 국내 출간된 시점은 1992년. 30년 전에 출판된 케케묵은 만화책이지만, 요즘의 1020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에게 물어보면 선후야 어찌 됐든 “영화뿐 아니라 만화책도 이미 다 봤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만화 『슬램덩크』는 국내 100만 부 발행이라는 신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중해. 경기의 흐름은 우리가 바꾸는 거야” “왼손은 거들 뿐”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가요? 나는 바로 지금입니다”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난다” 등등, 슬램덩크의 대사는 여전히 우리를 ‘심쿵’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퍼스트 슬램덩크 원작 만화 3인조 혼성그룹

2023-08-14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통모짜핫도그

‘통모짜핫도그’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간 핫도그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모 핫도그 브랜드의 메뉴에 ‘통모짜핫도그’가 있고, 신조어도 이 메뉴에서 파생됐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언제 이 단어를 사용할까.   ‘통모짜핫도그’란 통 못 자서 피곤한 상태를 뜻한다. ‘통 못 자’의 발음이 ‘통모짜’와 비슷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참고로 ‘통모짜핫도그’의 반대말은 ‘요즘잘자쿨냥이’다. 통 못 잔다는 말의 반대말 ‘요즘 잘 자’와 핫도그(hot+dog·뜨거운 강아지)의 반대말 ‘쿨냥이(시원한 고양이)’를 조합했다.   단어를 조합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상상력도 놀랍지만,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상태임을 알리는 신조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실제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미국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48분, 캐나다 8시간 40분, 프랑스는 8시간 33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의하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2017년 56만 명에서 2021년 68만 명으로 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통 못 자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생체리듬이 깨져서 뇌 기능이 저하된다. 특히 수면 중에는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선택이나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 또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중력도 떨어진다.     ‘돈키호테’를 창조한 소설가 세르반테스는 “잠은 피로한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라고 했다. 올 한 해는 숙면에 투자해보자.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평균 수면시간 핫도그 브랜드 수면 시간

2023-08-07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쌉

“일주일 안에 네가 밈, 유행어, 신조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   카카오웹툰 인기작 『양아치의 스피치』(문학동네 단행본)의 남자 주인공 이솔은 같은 학교 여학생 송이도에게 첫눈에 반한다. 자신의 훈훈한 외모를 믿고 자신 있게 “오늘부터 너랑 1일 하고 싶다” 고백한 이솔. 하지만 송이도의 대답은 ‘15분간의 바른 언어 스피치’ 제안이었다. 이솔은 대체 얼마나 불량한 학생이길래 송이도는 이런 조건을 달았을까.   평범한 고교생인 두 사람의 차이는 딱 하나. 이솔은 신조어와 비속어가 아니면 한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언어 습관을 지녔고, 송이도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말투를 싫어한다.     방금 전에도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채 미술관 유명작품 앞에 서 있었고 이때, 이솔의 그림 감상평 첫 마디가 “개쌉노잼!”이었다.   뜻풀이하자면 ‘노잼’은 No+잼(재미의 줄임말)이라는 뜻이다. ‘개’와 ‘쌉’은 모든 단어 앞에 접두어처럼 쓰이는 신조어로 둘 다 ‘완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개이득(크게 이득)’ ‘개슬퍼(너무 슬퍼)’ ‘쌉소름(완전 소름)’ ‘쌉인정(진짜 인정)’ 등이 대표적이다. ‘쌉가능(완전 가능)’은 영어 형용사 ‘파서블(possible·가능한)’을 붙여서 ‘쌉파서블’로도 쓰인다.   “신조어, 밈 사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특정 세대만 이해하는) 신조어만 쓰다 보면 원래 내가 하려던 표현이 뭐였는지 잊어버리고,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말의 폭이 한정된 방향으로 줄어들어서 싫다”는 송이도의 대사는 이솔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생각해볼 문제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유행어 신조어 언어 스피치 학교 여학생

2023-07-31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블린 모드

고블린 모드(Goblin Mode)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지난해 말 선정한 ‘2022 올해의 단어’다.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뻔뻔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 및 행동’을 뜻한다. 고블린은 서양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작고 추한 모습의 괴물이다. OED는 ‘고블린 모드’가 엔데믹 이후 일상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OED는 매년 영어권에서 수집한 190억여 개 단어의 사용량에 근거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데, 지난해 최초로 사전 편찬자들이 선정한 3개의 최종 후보를 두고 대중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신조어는 ‘메타버스(metaverse)’와 ‘#아이스탠드위드(#IStandWith)’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아이스탠드위드는 ~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용이 급증했다.   일부에선 ‘고블린 모드’의 의미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지나치게 높아진 미적 기준이나 SNS에 전시되는 생활상을 쫓아가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로도 종종 언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벤 짐머는 “고블린 모드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2022년식 표현”이라며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새로운 규범을 받아들일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다.   OED의 정의를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 ‘뻔뻔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 및 행동’ 두 가지로 분리해보면 가능한 해석이다. 결국 단어의 생명은 사용자에 달렸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모드 사회적 규범 옥스퍼드 영어사전 우크라이나 전쟁

2023-07-24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아이유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건배사’를 하자는데, 내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무슨 얘기를 할까 진땀 뺐어.”     최근 회사 송별회식에 참석했다는 지인의 말이다.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보니 정확히 3년 전, 이런 때를 대비해 적어둔 건배사 ‘흥청망청(흥해도 청춘 망해도 청춘)’ ‘누죽걸산(누워 있으면 죽는다 걸어야 산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등이 남아 있었다.   요즘의 MZ세대도 건배사 때문에 고민할까. 또래 모임이라면 몰라도 여러 세대가 모이는 회사 회식에선 아직도 이게 ‘추억의식’처럼 존재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스트레스 받는 당신을 위해, 요즘 필요한 센스 있는 회식 건배사’를 정리한 글이 꽤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연예인 이름을 딴 것이다. ‘박보검-(박)수를 (보)냅니다 올 한 해 (검)나 수고한 당신께’ ‘아이유-(아)름다운 (이)세상 (유)감없이 살다가보자/(아)름답게 (이)쁘게 (유)쾌하게 살자’ ‘소녀시대-(소)중한 (여)러분 (시)방 잔 (대)보자’.   MZ세대 신조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요즘 써먹기에 재밌는 것도 눈에 띈다.     ‘오바마-(오)직 (바)라고 (마)음먹은 대로’ ‘고사리-(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해합니다’ ‘원더풀-(원)하는 것보다 (더)잘 (풀)리기를’ ‘갈매기-(갈)수록 (매)력 있고 (기)분 좋은 사람’ ‘해당화-(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오뚜기-(오)래도록 (뚜)벅뚜벅 (기)쁨기쁨’ 등등.     그저 ‘모바일-(모)든 것이 (바)라는 대로 (일)어나시길’!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아이유 회식 건배사 회사 회식 건배사 때문

2023-07-17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낮샴

300여년 전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영어로는 샴페인) 지방 오빌레의 작은 수도원에 와인을 만드는 수도사가 있었다. 그는 포도 재배에서부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덕분에 그의 와인은 귀족들의 식탁을 거쳐 루이 14세·15세의 잔까지 채웠다. 수도사의 이름은 피에르 페리뇽.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기념하고 싶은 순간마다 찾는다는 프레스티지 샴페인 ‘돔(성직자 최고 등급인 ’다미누스‘를 줄여 부른 말) 페리뇽’의 유래다.   과학자 빌 렘벡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샴페인 한 병에 들어 있는 거품의 수는 약 4900만개. 잔 안에서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기포를 보면 어쩐지 밤하늘을 항해하는 별을 보는 것 같다.     샴페인을 처음 만든 피에르 페리뇽 수사가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크고 작은 모임에서 샴페인을 마실 때가 많다. 한국은 서양의 샴페인 글로벌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시장이다. 그만큼 샴페인 소비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오죽하면 ‘낮샴(낮에 마시는 샴페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몇몇 호텔에선 ‘드런치(드링크+브런치·아침과 점심을 겸해 조금 일찍 먹는 브런치에서 음료수 대신 술을 마신다는 의미)’ ‘애프터눈 샴페인(애프터눈 티+샴페인·약간 출출한 오후에 애프터눈 티 대신 샴페인을 마신다는 의미)’이 진행되기도 했다.   사실 샴페인은 언제 마셔도 좋은 술이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샴페인을 마실 권리가 있고, 패배했다면 샴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애프터눈 샴페인 프레스티지 샴페인 샴페인 소비량

2023-07-10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영츠하이머

중년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화제는 건망증이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도 한참 찾았다”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친구에게 ‘휴대폰이 안 보여서 찾고 다시 전화하겠다’ 말한 적이 있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왜 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노트북을 켰는데 뭘 하려고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안경 끼고 세수한 적이 있다” 등등.   요즘은 2030세대도 건망증을 겪는다. 이른바 ‘영츠하이머’다.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의 합성어로 건망증이 심한 젊은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건망증’은 뇌가 여러 일을 처리하다 과부하로 일시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심각한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기 때문에 영츠하이머 역시 질병을 지칭하기보다, 오히려 젊은층에서 왜 이런 증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원인과 예방법을 찾기 위해 탄생한 신조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꼽은 영츠하이머의 대표 원인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다.     디지털 기기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 뇌는 스스로 정보를 기억하는 힘이 줄어들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영츠하이머를 ‘디지털 치매’ 또는 ‘청년 치매’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예방법 또한 분명하다. 하루에 잠깐이라도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시간 즐기기다. 걷기·달리기, 신문·책 읽기, 일기 쓰기, 바느질하기, 악기 연주하기 등 몸과 뇌를 자극하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영츠하이머 예방은 물론, 실제 치매 발생 위험을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디지털 치매 청년 치매 치매 발생

2023-07-03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뱅보드

‘빌보드 차트’는 미국의 음악잡지 빌보드에서 매주 싱글과 앨범 성적을 합산해 발표하는 차트다. 1936년 시작된 이래 매주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전 세계 음악 순위 관련 차트 중 가장 대중성과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1980~90년대 한국에는 ‘길보드 차트’라는 게 있었다. 인기 있는 가수의 히트곡만 쏙쏙 골라 불법 복제한 ‘편집 테이프’를 리어카에서 판매하는 게 유행했다. 말하자면 길거리 리어카 판매상들의 선택이 요즘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실시간 인기 차트 역할을 했다.     불법으로 자행된 일이었으니 누구의 어떤 곡이 가장 많이 복제되고, 또 많이 팔렸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귀가 보배’라고 리어카마다 울려 퍼지는 멜로디로 요즘 인기 있는 가수와 곡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30여 년이 지난 요즘, MZ세대를 사로잡는 ‘뱅보드 차트’가 등장했다. 은행(뱅크)+빌보드 차트를 합성한 신조어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서 재테크 사이트들에 예금금리 순위를 매기는 게시물이 하루 단위로 올라오고 있다. 오죽하면 날마다 오르는 예금 금리 때문에 ‘오늘의 금리가 가장 낮다’는 말까지 나올까. 티끌 같은 푼돈이라도 소중한 내 자산을 은행에 맡기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짠테크족’에게 자고 나면 달라지는 은행 금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뱅보드 차트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물론 편집 테이프를 정성껏 제작해 선물하더라도, 취향을 잘못 건드리면 낭패다. 은행 금리도 숫자보다 내게 맞는지를 먼저 파악하길.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예금금리 순위 빌보드 차트 은행 금리

2023-06-26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마이크로와상

다채로운 모양과 맛을 가진 디저트는 SNS ‘인증샷 찍기’를 즐기는 젊은 층에서 인기가 좋다.     이런 젊은 세대의 욕구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한국형 디저트’를 빚기도 하는데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가 원조인 마카롱은 달걀 흰자와 설탕을 반죽해 만든 작고 동그란 과자(크러스트) 사이에 잼·가나슈·버터크림 등의 소(필링)를 채워 샌드위치처럼 만든다. 양쪽 크러스트와 필링의 비율은 1:1:1이 정석이라 크기도 한입에 쏙 들어간다.   반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뚱카롱’은 크림 사이에 딸기·포도 같은 과일, 인절미, 견과류 등을 채워 필링 부피를 잔뜩 키우는 게 특징이다.     인스타램에서 #뚱카롱을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게시물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엄지와 검지 사이를 한껏 벌려 잡는 인증샷이 인기다.   음식 트렌드는 바뀌기 마련. 요즘 화제 중인 디저트는 ‘마이크로와상(마이크로+크로와상)’이다. 초승달 모양의 빵 크로와상을 어른 엄지손톱보다 약간 크게 만든 게 특징이다.     대식가들의 ‘먹방’이 환영받던 시기에 뚱뚱한 마카롱이 탄생한 것처럼, 초소형 크로와상은 최근의 ‘소식’ 열풍이 만들어냈다.     고기 서너 점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연예인 ‘소식좌(소식 1인자)’들의 식사 습관이 주목받으면서 온라인에선 소식을 실천하는 ‘소식 챌린지’가 한창이다.   유통업계에선 이들을 겨냥한 소용량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맛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적게 먹고 싶을 뿐. 소용량 상품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마이크로와상 한국형 디저트 소식 챌린지 초소형 크로와상

2023-06-19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짜짜 박박 나나

“진짜 진짜 좋아해~ 너를 너를 좋아해~.” 가수 혜은이가 1977년 발표한 노래 제목이자 가사 중 일부다.     제주가 고향인 혜은이는 1975년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했다. 이후 ‘당신만을 사랑해’ ‘감수광’ ‘제3한강교’ ‘새벽비’ 등의 노래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이 노래를 불렀던 당시의 낭랑했던 목소리만큼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우리는 대화 중 뭔가를 강조하거나 확인하고 싶을 때면 같은 단어를 두 번 반복한다. “진짜, 진짜!” “정말, 정말?” 이런 식이다. 이런 말투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통용되나 보다.     다만, 그들 특유의 신조어법으로 뉘앙스를 색다르게 창조한다는 게 다르다.     가장 흔한 방법은 똑같은 단어를 두 번 발음하되 줄여서 말하기인데, 대표적인 신조어가 ‘짜짜·박박·나나’다.     ‘짜짜’는 진짜 진짜의 줄임말이다. ‘박박’은 대박을 강조하는 말이고, ‘나나’는 ×나를 강조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짜짜 좋아해=진짜 진짜 좋아해” “짜짜 배고파=진짜 진짜 배고파” “박박 억울해=대박 진짜 억울해” “박박 고마워=대박 정말 고마워” “나나 짜증나=열라 ×나게 짜증난다”는 뜻이다.     응용편으로는 “짜짜 어렵다” “짜짜 뭐임?” “나나 어이없다” “와! 박박” 등이 있다. 의미는 강조하고 싶고, 단어 그대로 두 번 쓰자니 재미없고, 나름 귀엽게도 들릴 수 있도록 단어를 조합한 경우다.     따지고 보면 모두 ‘진짜’라는 뜻으로 긍정과 부정의 뉘앙스만 다를 뿐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짜짜·박박·나나’ 피곤한 신조어 세상이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가수 혜은이

2023-06-12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글스타그램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은 사진·동영상 등 이미지 콘텐트를 주로 공유하면서 ‘셀피(셀카·자가촬영)’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인증샷(증명하거나 자랑하기 위해 찍는)’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요즘 등장한 신조어 ‘글스타그램(글+인스타그램)’은 글로 하는 인스타그램을 뜻한다.     여전히 좋은 사진은 필요하지만 대부분 배경으로 쓰이고, 그 위에 얹힌 ‘글’이 진짜 주인공이다.     책 속 좋은 문장이나 영화·드라마 속 명대사를 올리기도 하고, 일기처럼 자신의 감정을 적기도 한다.   페이스북(현 메타)을 통해 ‘SNS 시인’으로 유명해진 하상욱씨처럼, ‘글스타그램’ 운영자들이 출판한 에세이 책들이 인기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정영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최대호),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박찬위),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손힘찬), 『나는 너의 불안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윤글),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김완석) 등이 모두 베스트셀러다.   책 제목만 봐도 ‘글스타그램’의 공통점은 ‘감성 글귀’, 그중에서도 ‘위로’가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김완석씨는 인터뷰에서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은 척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SNS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쑥쑥 늘어나는 걸 보면서 ‘괜찮다’는 짧은 말이라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글스타그램을 검색하면 354만개의 게시물이 뜬다.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글스타그램 이미지 콘텐트 소셜 미디어 감성 글귀

2023-06-05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까방권

마블의 첫 중국계 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 후 흥미로운 리뷰들이 줄을 이었다. 주인공 샹치의 아버지 웬우 역을 맡은 중국 배우 양조위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들이다.     39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을 맡은 그가 여전히 아련한 눈빛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자 “샹치 보러 갔다가 양조위에 입덕” “마블이 양조위를 데려온 건 신의 한 수” “제일 생각나는 건 양조위 눈빛” 등의 리뷰가 SNS에 연이어 올라왔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피의 복수를 감행하는 로맨틱한 악당 캐릭터에 양조위 특유의 매력이 더해져 “양조위가 빌런이라면 빌런이 이길 때도 된 거 같다” “양조위는 세상을 부숴도 무죄” 등의 ‘까방권’ 리뷰까지 등장했다.   ‘까방권’이란 까임 방지권의 줄임말이다. 평소 모범적인 행동을 보였거나 주목할 만한 큰 활약을 보여준 유명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비난·악성댓글을 면제받을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박찬호·박세리·박지성·손흥민·김연아·김연경은 스포츠계 ‘6대 까방권 스타’로 꼽힌다. 모범생 이미지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유재석·K팝 전도사 방탄소년단(BTS) 등도 연예계 대표 까방권 스타들이다.   물론 ‘까방권’은 스타들의 선한 영향력에 대한 팬들의 무한 애정과 지지의 표현일 뿐, 실제로 잘못을 저지른다면 당연히 비난을 면치 못한다. 평소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렸던 가수 유노윤호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긴 것에 팬들이 실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까방권’은 받는 것보다 지속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양조위 눈빛 배우 양조위 양조위 특유

2023-05-15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독방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속 여주인공은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 담장을 넘는다. 아이돌의 사생활을 죽자 살자 쫓아다니는 ‘사생팬(私生 fan)’의 단면이다.     그런데 요즘은 스타가 팬들이 노는 곳을 기웃거리다 쫓겨나는 일도 벌어진다. 일명 ‘고독방 강퇴(강제퇴장) 사건’이다.   ‘고독방’이란 카카오톡 등 SNS에서 아이돌 덕후들이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오픈 채팅방이다. 예를 들어 오픈 채팅 검색창에 ‘고독한 안산’을 치면 양궁스타 안산 선수 팬들이 수십~수천 명 모인 고독방 여러 개를 찾을 수 있다.     ‘고독방’이란 이름은 텍스트, 즉 대화 없이 사진으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잡담 없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만 고독하게 즐기자는 의미. 때문에 일부 팬들은 간단한 질문·답 정도의 대화는 주고받을 수 있는 ‘안고독방’을 만들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진짜 스타가 고독방에서 강퇴당하는 경우다. 자신의 고독방을 찾은 스타들은 언론이나 SNS에 노출되지 않은 사진들을 올리거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팬 서비스를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맛깔스러운 연기로 호평받은 배우 구교환이나 배구선수 김희진처럼 엽기적인 사진들을 올리며 팬들에게 장난을 치는 스타들도 있다. 그러면 팬들은 스타를 채팅방에서 강퇴시킨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당연히 안 변한다. 더욱 더 지능적인 사랑을 할 뿐. 이 일화는 다음날 연예기사로 등장하면서 스타를 또 한 번 띄우게 되니 이 얼마나 지혜로운 팬덤 전략인가. 서정민 / the S 팀장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독방 양궁스타 안산 진짜 스타 배구선수 김희진

2023-05-08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길티 플레저

‘길티 플레저’는 영어 길티(guilty·죄책감이 드는)와 플레저(pleasure·즐거움)를 합성한 신조어다. 어떤 일을 할 때 죄책감·죄의식을 느끼지만, 또 동시에 엄청난 쾌락을 만끽하는 심리다.   할리우드 영화 제목으로 쓰였다면 ‘조커’ 같은 사이코 살인마를 떠올리겠지만, 이 신조어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죄’의 종류들은 대부분 소소하다. 친구들끼리 나누는 SNS 대화, 또는 TV 예능프로그램 자막에선 오히려 반전매력을 위한 가벼운 고해성사로 이용될 때도 잦다.     학창시절 부모님 몰래 만화방 가기, 자율학습 땡땡이치기, 수업시간 야한 잡지 보기 등을 해본 적 있다고 고백하는 건 나쁜 짓을 했다기보다 어른들이 하지 마라니까 일부러 삐딱하게 행동해서 ‘반항의 달콤함’을 즐겨봤다는 일종의 자랑이다.   악취미를 즐기거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사람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 남들이 알면 부끄럽고 민망한, 또는 스스로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상황을 즐기는 취향과 태도를 비꼬거나 자조하는 경우다.     ‘막장 드라마’라 욕하면서 실은 본방송 시청이 일상이고, ‘인생 샷’을 위해 수시로 출입금지 구역을 드나들고, 클래식이 아니면 음악도 아니라면서 휴대폰 앱은 트로트로 꽉 차 있는 사람들. 다만, 이 경우도 남에게 상처를 주진 않는다.   사실 죄책감과 기쁨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에겐 디지털 ‘댓글’이 익명으로 화를 배설할 수 있는 쓰레기통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개구리에게 던지는 돌이 될 수도 있다. 신조어 사용에 좀 더 신중하길 바라는 이유다.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부장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플레저 길티 플레저 신조어 사용 사실 죄책감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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